곰팡이는 흔히 부정적으로 인식되지만, 나에게는 시간과 부재, 감정의 잔재를 드러내는 매개체다.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구석에서 서서히 번져나가는 곰팡이는 그 자체로 시간의 축적이자, 잊힌 흔적을 암시한다. 나는 곰팡이를 단순한 오염이 아닌 감정적 존재로 바라보며, 그 유기적이고 번지는 성질을 조형물로 구체화한다. 이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과 드러나지 않는 존재의 무게를 시각화하고자 한다. 각기 다른 형태로 표현된 곰팡이의 형상은 잊힌 기억과 내면의 감정을 투영하는 장치로 기능한다.